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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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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매일신문] 대구섬유 밀라노서 배운다.2020-09-18 18:48
작성자 Level 8

대구섬유 밀라노서 배운다.

매일신문 배포 1998-12-21
 


빼어난 디자인이 바로 최고브랜드
 

세계 패션의 중심지 밀라노 몬테 나폴리오네거리. 발렌티노등 몬테 나폴리오네의 이탈리아 브랜드들은 그 유명세를 바탕으로 패션외에 모든 디자인산업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대구시가 지난 14일 이탈리아 밀라노시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밀라노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이탈리아 섬유산업의 중심지. 이번 자매결연은 밀라노를 통해 대구 섬유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대구 섬유산업 육성의 벤치마킹 대상인 밀라노와 주변 섬유도시들의 현지 취재를통해 그 경쟁력의 뿌리를 알아보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밀라노시내는 지저분했다. 도처에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널려있었다. 교통체증도 짜증스러웠다. 12월 중순의 날씨마저 우중충했다. 매서운 추위는 아니었으나 은근히 사람을 괴롭혔다. 밀라노의 첫인상은 좋지않았다.


하지만 밀라노 중심가에 자리잡은 두오모 성당과 시내 곳곳의 건물들은 밀라노와 이탈리아인들을다시보게 했다.

5백여년에 걸쳐 지어진 두오모 성당은 아직도 끊임없이 보수공사중이었다. 두오모 성당뿐 아니라대리석으로 지은 시내 중심가의 건물들도 이탈리아인들의 '디자인 감각'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섬세하게 조각된 인물상은 물론 베란다도 층마다 모양을 달리하고 있었다.

최근에 지은 도시 외곽의 아파트 역시 모두 외양이 달랐다. 이러한 문화적 전통이 '이탈리아 디자인'을 낳고 밀라노를 세계최고의 섬유 패션도시로 키운 것이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진면목을 보기위해 이탈리아 패션의 총본산인 밀라노 몬테 나폴리오네 거리를 패션조합 권순원 이사장, 디자이너 박동준씨와 함께 찾았다.

지아니 베르사체· 에스카다(독일 브랜드)· 프라다·구 찌· 발렌티노· 투루사디·조르지오 아르마니· 지안코 페레· 샤넬(프랑스 브랜드)· 발렌티노· 막스마라· 페르가모 등등 이름만 들어도 기가 죽는 세계 유명 브랜드가 모인 곳.

몬테 나폴리오네 거리는 명성만큼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았다. 다른 밀라노시내와 달리 깨끗한 인상을 주었다. 쇼 윈도의 진열솜씨는 문외한의 안목으로도 뭔가 세련돼 보였다. 몬테 나폴리오네를통해 본 이탈리아 패션은 토털패션의 개념을 초월, 전산업의 디자인을 선도하는 듯했다. 옷·가방·액세서리 뿐만 아니라 만년필·시계 등으로 사업영역을 계속 확장하고 있었다.일본인들로부터 선풍적 인기를 얻고있는 브랜드 프라다도 폴리에스테르를 소재로 가방과 구두를만들다 하이패션으로 진출했다.

이에따라 프라다는 이탈리아의 다른 브랜드가 대부분 천연 섬유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합섬소재로 만든 옷을 만들고 있다. 따라서 대구 섬유산업도 합섬소재를 개발하는 한편 패션 디자인분야를 발전시킨다면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몬테 나폴리오네 거리에 모여있는 하이패션 브랜드들이 밀라노 패션산업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15~20%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브랜드들이 이탈리아의 패션 디자인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이 브랜드를따라잡으려는 중급 이하의 브랜드들이 최고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브랜드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

최근 밀라노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푸르라'도 이러한 브랜드중 하나다. 가방 브랜드인 푸르라는같은 가방 브랜드로 유명한 구찌의 지나친 고가정책에 맞서 심플한 디자인의 중저가 가방으로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었다.

전세계적인 불황의 여파로 몬테 나폴리오네 거리에도 문닫은 가게가 적지않은 터에 밀라노 시민들은 이 가방을 사기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푸르라 역시 가방에서 얻은 인기를 패션산업으로 확장할 전망이다.


중급이하의 브랜드들이 모인 거리가 부에노스 아이레스가. 부에노스 아이레스가에 모인 브랜드들역시 품질은 몬테 나폴리오네 거리의 브랜드에 못지않다. 다만 디자인이 뒤질 뿐이다. 이처럼 밀라노의 패션 디자인 산업은 몬테 나폴리오네의 최고급 브랜드를 정점으로 한 피라미드식 구조다.몬테 나폴리오네의 브랜드들이 디자인을 선도하면서 전 이탈리아 디자인 산업에 영향을 끼치고있는 것이다.

하지만 밀라노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오랜 기간 파리패션의 하청기지로 있으면서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노하우를 쌓았다.

밀라노의 패션 디자인 산업이 파리패션의 하청기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디자인 기술보다는 상술(商術)이란 설이 우세하다.

디자이너 박동준씨는 "파리 패션이 아직도 예술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반해 밀라노 패션은 실용성을 중시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파리 패션은 일반인들이 쉽게 소화할 수 없지만 밀라노는 일반인들이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어 판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우리와 여러모로 비슷하다. 반도국가이면서 별다른 자원이 없는 점도 닮았다. 이탈리아는 전기를 프랑스에서 수입하며 가스와 석유 역시 러시아와 중동국가에서 수입한다. 이러한 이탈리아가 밀라노를 중심으로 패션 디자인산업을 발전시킨 비결은 무엇일까. 밀라노의 상술과 장인정신이 바로 그 비결이다.


매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