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정점식(1917~2009)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10일(월)부터 갤러리분도에 마련된다.
'에포케의 선언'이란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고인의 제자였던 갤러리분도 박동준 대표의 제안으로 유가족 및 미술인들의 협조로 이뤄지게 됐다, 전시에서는 유가족이 소장한 작품을 비롯해 청년기에 정 화백이 남긴 희귀작 등 그동안 감추어져 있던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대구 계성학교 교사와 계명대 미술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작업과 강의, 평론 활동을 겸한 정 화백은 한국 현대 추상 화단의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1960년대 앵포르멜(Informel·비정형) 시기를 주도하며 한국 추상회화의 주요 인물로 기록된다. 회색 혹은 갈색 톤을 주조로 대상의 형태를 부분적으로 살린 이 화백의 추상적 도상은 대상이 가지는 양감과 곡선을 화면 속에서 공감각적인 율동의 느낌으로 살리며 이후 세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박동준 대표는 "이번 전시는 선생님에 대한 개인적인 존경심에서 시작됐지만 그동안 해왔던 정 화백에 대한 정형화된 평가에서 벗어나 또 하나의 관점에서 기획됐다"고 말했다.
전시도 제목에 드러나듯 에포케(epoche·판단 중지)의 철학적 원리에서 지금까지 정 작가에 대한 모든 찬사와 평가를 판단 중지하고, 한 작가로서 그의 작품을 소탈하게 바라보는데 의미를 뒀다. 회화와 드로잉 외 고인이 남긴 친필자료, 사진 등 문헌자료도 함께 공개되는 이번 전시는 29일(토)까지 진행된다. 053)426-5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