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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대구문화] 패션 & 예술] ④. 갤러리분도 Homage to 박동준-서옥순展 "경계에 서 있는 실/선”2023-06-13 11:39
작성자 Level 10

패션 & 예술] ④. 갤러리분도 Homage to 박동준-서옥순展 ‘경계에 서 있는 실/선”

대구문화 2023-05-19

 

패션과 예술,

긴밀했던 교류의 증거

갤러리분도 Homage to 박동준

-서옥순展 ‘경계에 서 있는 실/선’
 

기간 : 5월 15일(월)~6월 9일(금)

장소 : 갤러리분도

문의 : 053)426-5615

 

 

오마주 투 박동준 2023-서옥순 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분도 전시장 전경. 갤러리분도 제공


 


 

대구 패션계 1세대 디자이너이자, 갤러리스트로 수많은 작가와 함께한 고(故) 박동준. 패션을 예술로, 또 그 둘을 사회적인 영향력으로 확장한 그의 유산은 여전히 패션계와 예술계 곳곳에 깊이 남아있다. 그가 생전 운영했던 갤러리분도에서는 그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던 작가들이 선보이는 전시 시리즈 ‘오마주 투(Homage to) 박동준’으로 예술과 패션 사이의 긴밀한 교류의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박동준은 작가의 무명시절부터 진가를 알아보고 당대 작가들의 벗이 되었다. 고인의 삶의 이력이 바탕이 된 이 전시는 초대 작가가 고인과 맺은 인연을 진솔하게 회고하며 관객과 새로운 차원에서 공명한다.

올해는 바느질 작업으로 평면에서 설치, 입체, 부조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는 현대미술가 서옥순 작가가 그와의 기억을 회상하는 특별한 전시를 열었다. 물감 대신 실을, 붓 대신 바늘을, 캔버스 대신 천을 이용해 삶의 고통을 성찰해간 서옥순 작가는 최근 몇 해 동안 작업에만 몰두하며 실험을 펼쳐냈다. 서 작가는 “독일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2007년 갤러리분도에서 선보인 ‘존재’ 시리즈로 박 디자이너와 인연을 맺었다. 실과 바늘이라는 수공예 도구로 패션과 예술을 해온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공감할 수 있는 관계였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을 바탕으로 한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 ‘눈물’이라는 테마로 삶의 환희와 놀라움, 두려움과 슬픔까지 인간의 가장 인간다운 순간을 형상화한 작가의 최신작들을 만날 수 있다. 눈물을 흘리는 자화상을 봉제 인형처럼 자그맣게 제작한 실험적인 오브제들과 천을 잘라 수천 번 돌려 만든 엄청난 무게의 원형 대작까지 그간 작품으로 보여준 여러 테마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바느질로 구현한 미술의 확장성을 보여준다. 또, 실을 내려놓고 테이프를 활용해 제작한 평면 작품에서는 새로운 소재를 탐구하는 면모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돌이켜보면 삶은 주어진 많은 숙제를 실매듭 풀듯 하나하나 푸는 것이었고, 때론 바느질처럼 이것과 저것을 연결하고 상처를 봉합해가며 고통과 망각을 넘어온 시간이었다. 그것들이 쌓여 지금은 그 모든 것을 초월한 현재를 살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라고 말했다.



 

전시장 입구에는 망사 천으로 겹겹이 드리운 공간이 특별히 마련됐다. 망사 천 위에 검은 실로 고인의 뒷모습을 드로잉해 아련하게 연출한 이 작품은 작가가 고인을 추억하는 나름의 방식이다. 시야를 흐릿하게 가리는 망사 천 사이를 거닐며 공간에 머무는 관람자는 자신의 움직임에 따라 출렁이는 선과 자욱한 안개처럼 흐릿해진 풍경 너머에서 그리운 누군가를 소환해볼 수 있다.

일필휘지로 그은 호방함보다 한 땀 한 땀 공을 들여 수놓아 완성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그의 작품은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견디고,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가는 삶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모든 일이 단숨에 시원히 해결되는 법이 없고, 수많은 난관과 어려움을 헤쳐 지나야만 하는 삶의 이치와도 연결된다. 그렇게 공들여 수놓은 서옥순의 ‘눈물’ 시리즈는 삶의 본질이 기쁨이 아닌 고통이기에 더욱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는지.


대구문화

글|김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