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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득 KIM HO-deuk

Homage to   

폭포

김호득 KIM HO-deuk

09. 12. – 10. 17. 2025.

HOST

(사) 박동준 기념사업회   P.D.J. Memorial Foundation

Organize

갤러리분도   Gallery Bundo

41952 대구광역시 중구 동덕로 36-15 3F   Tel. 82 53 426 5615   Fax. 82 53 426 2655   E-mail. gallerybundo@nate.com
36-15, Dongdeok-ro 14-gil, Jung-gu, Daegu, 41952, Rep. of Korea    www.bundoart.com

Homage to 박동준_김호득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고(故) 박동준 선생의 유지를 잇기 위해 만들어진 (사)박동준기념사업회에서는 매년 1회 갤러리분도와 특별한 인연을 맺었던 작가를 초대하는 <Homage to 박동준> 전시를 기획해 왔다. 기운생동으로 축약되는 수묵화의 전통을 가장 혁신적·현대적으로 해석하는 화가로 정평이 난 김호득(b.1950)이 올 전시의 주인공이다.
생명력의 분출, 이것이 기운생동의 전통보다는 그 근원을 탐색하는 데 몰두하는 김호득의 화두라 하겠다. 그간 김호득은 먹과 한지의 다양한 변주로 정신적인 공명을 공간에 울려 퍼지게 하는 다양한 설치작업도 선보였다. 이는 직관을 토대로 공간과 작품의 상호의존관계를 분석하고 구축하는 과정을 거쳐 공간 전체를 거대한 작품으로 변모시키는 방식이다. 점진적으로 천장에서 내려오는 한지들, 그 그림자를 품은 거대한 먹물 수조 작업은 수직적 깊이의 환영을 증폭시켜 숭고의 느낌마저 일깨우며 관람자를 침잠과 몰입, 침묵의 세계로 빠져들게 했다. (2009년 시안미술관에서 첫선을 보인 이 작업은 이후 금호미술관, 덕수궁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여러 미술관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연출될 정도로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야외미술제(2012, 제1회 강정대구현대미술제)에선 도랑을 가로지르며 펄럭이는 흰 광목천들을 통해 동양화의 본질인 여백을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그 안에 강물, 흙, 바람,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의해 생성되는 자연의 흔적이 축적되는 과정을 기록하기도 했다.
화가가 ‘겹’, ‘사이’로 명명한 연작들은 사선으로 붓을 눕혀 그은 획에 의한 리듬감으로 충만한 그림이다. 우주생멸의 원리를 무수한 점들의 연속체로 환원시킨 점찍기 작업에서는 하나의 획이 또 다른 획으로 쉼 없이 연결되는 유유한 흐름이 지배적이었다.
고 박동준 선생이 생전, 각별하게 존경하고 아끼던 김호득 작가와의 인연은 이번 <Homage to 박동준> 전시에서 삶을 달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새로운 작품들로 이어진다. 10년 만에 대구에서 열리는 김호득의 전시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2015년, 봉직하던 대학(영남대 동양화과)에서 정년퇴임 후 대구를 떠나 여주에 작업실을 마련한 이후 김호득은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산골 외진 곳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그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이 아닌 새로운 예술적 지평을 열기 위해 부단히 고군분투했다. 그 지난한 과정에서 여러 차례 생사를 넘나드는 투병으로 병원에 입·퇴원하기를 반복했고, 건강을 조금 되찾으면 지독한 외로움을 벗 삼아 작업실에 완전히 칩거하기도 했다.
우리 화단에 화가 김호득을 각인시켰던 1990년대 <폭포> 연작, 그중에서도 4m가 넘는 수직적인 화면에서 분출하는 에너지는 수묵화의 의고주의를 거부하는 화가의 격렬한 몸짓을 반영했다. 화면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내리는 물은 화가 스스로를 광폭하게 소유해 버렸다.
반면, 이번 갤러리분도 전시에서 선보일 <폭포> 연작에는 최근 10년 세월의 작가적 고뇌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2025년 작 <폭포>에서는 측량할 길 없는 근원적 생명력의 본질만을 추출한 몇 개의 획이 광목천 위로 툭툭 던져져 있을 뿐인데도 폭포의 정수는 더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쏟아져 내리는 물이 점차 잦아들다가 마침내 대자연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격렬함이 사라진 자리에 내면의 성찰이 쌓이고 작가는 무심의 경지를 향해 스스로를 맡기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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