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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대구신문] [전시 따라잡기] 임창민 개인전 ''' 갤러리분도 22일까지2026-05-22 20:22
작성자 Level 8

[전시 따라잡기]  임창민 개인전 ''' 갤러리분도 22일까지

[대구신문] 2026-05-05



실내의 정지된 풍경은 실제인가, 아니면 환영인가

화면은 창을 통해 보는 실외 풍경
실내 풍경
사진-외부 풍경 촬영
촬영한 풍경
하나의 화면에 병치

정지-흐름 공존 관객 인식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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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민 작가가 갤러리분도에 걸린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인옥기자

 

임창민의 화면 구성은 단순하다. 그의 화면은 실내에서 창을 통해 바라보는 실외 풍경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 단순한 풍경에는 반전에 반전이 거듭된다. 사진과 영상, 정지와 움직임, 현실과 환영이라는 다양한 매체와 감각들이 중첩돼 있다. 다양한 층위의 서사는 그의 작업을 독자적이면서도 깊이감으로 이끄는 자원이다. 작업은 미니멀한 실내 풍경을 사진으로 촬영하고, 눈이 내리거나 바람이 부는 외부 풍경을 영상으로 촬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때 실내와 실외의 장소는 서로 상관관계가 없다. 하지만 촬영한 풍경들이 하나의 화면 속에 병치되는 과정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임창민이 사진과 영상을 결합한 이유는 단순한 매체의 확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의 의지는 사진과 영상이라는 각기 다른 형식의 두 가지 매체가 지닌 서로 다른 속성을 동시에 드러내는데 모아진다.


그에게 사진은 ‘정지된 시간’을 붙잡는 매체이고, 영상은 ‘흐르는 시간’을 드러내는 매체다. “각각의 매체만으로는 시간의 한 측면만을 보여줄 수 있지만, 두 매체를 결합할 경우 하나의 화면 안에서 정지와 흐름이 공존하는 상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특히 정지된 이미지가 주는 안정성과, 영상이 지닌 미세한 움직임을 한 장면 안에 겹쳐 놓음으로써 관객의 인식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 매력 포인트다. 멀리서 보면 사진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움직임이 감지되는 순간, 지각의 전환이 일어난다는 것이 논리의 핵심이다. 이러한 결합은 단순한 시각적 효과를 넘어서, “화면 속 풍경은 과연 실제인가, 아니면 조합된 이미지인가”라는 현실을 인식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사진의 ‘사실성’과 영상의 ‘현재성’이 겹쳐질 때, 관객은 하나의 현실 장면으로 받아들이게 되지만, 동시에 그것이 구성된 이미지임을 깨닫게 된다. “실내의 정지된 풍경과 실외의 흔들리는 풍경이 어긋나 있음을 인식하는 순간, 관객은 그것이 하나의 연속된 현실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 풍경은 실제인가, 아니면 환영인가를 질문하게 되죠.”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이 결합된 결과물인 그의 화면에는 각기 다른 풍경과 시점이 존재하는데, 이 둘을 하나의 장면으로 재구성했을 때도, 관객은 두 가지 경험을 동시에 하게 된다. 사진과 영상이라는 매체가 가지는 속성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그의 화면에선 익숙한 풍경처럼 보이지만, 어딘가 어긋나 있는 감각. 그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그의 화면은 “우리가 이미지를 어떻게 믿고 인식하는가”라는 또 하나의 근본적인 물음으로 확장된다. “정지와 움직임, 내부와 외부, 현실과 이미지가 교차하는 경계 위에서 작동하는 제 작업은 ‘무엇이 진짜인가’를 묻기보다, ‘우리는 무엇을 진짜라고 믿게 되는가’를 되짚고 있습니다.” 사진과 영상을 결합한 그의 전략은 단순 명징하다.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를 하나의 화면 안에 공존시키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미묘한 감각의 균열을 통해 ‘보는 경험’ 자체를 다시 환기시키기 위함”이다. 현실과 이미지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관객은 ‘보는 방식’ 자체를 다시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감각하도록 하는 것이 저의 작업이 향하는 방향성입니다. 그것이 결국 예술의 역할이죠.”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창’이다. 


작품 속 창은 실내 공간과 창밖 풍경을 연결하는 경계다. 실내와 실외 풍경은 분명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들이지만, 창을 경계로 이 둘은 하나로 어우러지지만, 사실은 창이라는 경계로 인해 허상이라는 것이 명확해진다. 작가가 각기 다른 시점과 장소에서 촬영한 실내외 풍경을 조합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시점’이다. 창 안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바깥 풍경의 시선을 정확하게 일치시키는 것이 작업의 핵심 포인트다. 때로는 처음 의도했던 조합이 맞지 않아 다른 풍경으로 교체되기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내외의 동일한 시선은 각기 다른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공간으로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서로 다른 장소를 하나의 풍경으로 녹아들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반복적인 촬영입니다. 예를 들면 두 장소의 높이가 맞아야 하는데, 그것을 위해 산을 오르거나, 특정 위치를 찾게 됩니다. 단순한 합성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할 법한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한 치밀한 과정이죠.”


전시가 한창인 갤러리분도 임창민 개인전은 뉴욕에서 촬영한 영상과 사진이 주축을 이룬다. 작가는 한 달 남짓 뉴욕에 머물며 공원과 강변, 도시의 다양한 풍경을 촬영했고, 이를 실내 이미지와 결합해 새로운 장면을 연출했다. 이번 전시작들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변화는 인물의 등장이다. 멀리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화면 안에 자연스럽게 포함된다. 사람의 등장으로 그 장소는 특정 지역, 즉 뉴욕이라는 사실이 더욱 명확해진다. 그에게 화면 속 인물은 특정한 서사를 전달하는 주인공이라기보다, 풍경에 ‘시간성과 현실감’을 부여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그렇기에 인물을 의도적으로 연출하거나 통제하지 않고, 그저 현장에 존재하는 상태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인물들은 화면 안에서 우연히 등장해 걷거나 머물고, 때로는 거의 알아볼 수 없는 거리에서 미세하게 움직인다. 그 존재는 장면을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공간이 실제로 작동하는 ‘현재의 장소’임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특히 사람이 등장하는 순간, 풍경은 추상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현실의 장면으로 전환된다. “제 작업에서 인물은 주인공이기보다 ‘지표’에 가까워요. 움직임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드러내고, 장소성을 환기시키며, 관객이 그 장면을 현실로 믿도록 만드는 최소한의 단서로 기능하죠.” 작업은 필연과 우연의 교차로 진행된다. 먼저 필연의 경우는 장소 선택에 맞춰진다. 어느 장소를 촬영할지는 철저하게 계획된다. 원하는 장소의 장면을 얻기 위해 장소를 수십 번 방문한다. 눈 내리는 풍경은 눈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바람이 필요한 장면은 바람이 불 때까지 촬영을 반복한다. 하루 종일 기다려도 원하는 장면을 얻지 못하면, 다음 날 다시 같은 장소를 찾는다. 그러나 인물이나 나무 같은 대상들의 움직임은 우연의 산물이다. 풍경 속에 우연히 등장한 인물이 장면에 적합하면 장소 속 일원처럼 포착한다. 실내 공간 역시 중요한 요소다. 작가는 창이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장소를 선택한다. 창은 외부 풍경과 연결되는 통로이자, 작업의 구조를 형성하는 핵심 장치다. 실내는 대체로 미니멀하고 현대적인 공간이 선택된다. “실내 풍경은 외부 풍경과의 대비를 통해 시각적 긴장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진과 영상의 결합은 단순히 서로 다른 매체의 대비를 넘어 ‘정중동(靜中動)’의 상태로 이끄는 동력이 된다. 정중동은 겉으로는 정지해 있는 듯 보이지만, 그 내부에는 미세한 움직임과 시간의 흐름이 잠재된 상태를 의미한다. 즉 완전한 고요가 아니라, 움직임을 품은 고요이며, 정지와 운동이 서로를 드러내는 긴장 속에서 성립하는 개념이다. 그의 작업에서 정중동은 고요한 실내풍경과 부산한 실외풍경의 결합으로 드러난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빛과 같은 실외풍경과 고정된 실내풍경의 공존은 화면 속에 생동감을 더하며 시간성을 부여한다. 바로 그 순간, 익숙한 풍경은 낯선 감각으로 전환되고, 보는 행위 자체가 다시 환기된다. 화면 속 움직임에는 작가의 노련한 터치가 더해진다. 

그가 “영상 상영 속도를 미세하게 조정한다”고 귀띔했다. 속도를 조정하는 이유는 현실감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속도 조절로 오히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감각을 포착하게 된다”는 것. 그러나 조정은 아주 미묘하게 진행되므로, 감상자가 빠르다거나 느리다는 것을 인지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 미묘한 속도의 조절에서 풍경에 현실감은 오히려 증폭된다. “너무 빠르면 인위적으로 느껴지고, 너무 느리면 비현실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상영 속도는 미세하게 조정됩니다. 그렇게 조정된 속도 때문에 관객은 처음에는 사진처럼 인지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움직임’을 감지합니다. 그 순간 작은 혼란을 경험하게 됩니다.” (사)박동준기념사업회/갤러리분도가 진행하는 ‘Homage to 박동준-임창민’전은 22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