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oll to top

언론보도


press

제목[영남일보] <여성경영스토리> 패션디자이너 박동준2020-09-18 18:48
작성자 Level 8

패션디자이너 박동준

영남일보 1997-04-03



패션디자이너 박동준씨(47) 그녀의 첫인상에서는 차가운 기품같은게 느껴진다.자신의 세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사람 특유의 고고함. 하지만 그 녀의 진짜 매력은 첫인상으로 굳은 마음을 녹여내는 유머와 진솔함같은 것 들이다. 


그녀는 이러한 자신의 분위기를 닮은 옷을 만든다. 화려하기보다는 품위 있고 편안한. "제 옷은 가볍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젊으면서 품위있고 우 아한 옷을 진지하게 만들고 싶어요.고객들에게 박동준의 옷을 입는다는 긍 지를 주고 싶어요." 


'코코 박동준' 대표. 그녀가 갖고 있는 직함이다. 본점(대구시 중구 삼 덕동), 서울지점(인터콘티네탈호텔 아케이드), 백화점 매장 두 곳(대구백 화점 대백프라자) 등 네개의 매장에 32명의 직원. 


디자이너 브랜드로서는 작지 않은 규모로, 그녀는 여성경제인연합회 회 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는 매장수나 매출액 규모만으로 디자이너를 평 가하는 세태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경영인이라기보다는 창작을 하는 디 자이너로서의 자부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저는 많은 매장을 갖고 싶지는 않아요. 매장수가 몇 개니 하면서 자랑 하고 다니는 디자이너가 있는데, 디자이너는 매장수가 아니라 자신의 옷으 로 평가받아야 하지요." 


그녀가 패션일을 시작한 것은 계명대 영문학과 4학년 재학중이던 72년.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무엇인가를 하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에 그녀는 '코 코 박동준'의 문을 열었다. 


"어머니께서 원단을 공급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옷매장 하나를 원단 값으로 떠맡게 됐지요.어머니께서 솜씨가 있으셔서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멋내기 좋아하는 제 성격과 잘 맞는다 싶어 적극적으로 일을 권했어요. 사 실 옷 만드는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매장을 오픈한 후 3년간을 그녀는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 꼽는다. 경영도 모르고 옷만드는 것도 제대로 몰랐던 그 때, 모녀는 집안의 모든 재산을 여기에 쏟아부었다. "그 때 한 고생은 어머니와 저밖에 몰라요" 라며 그녀 는 눈시울을 붉혀 그때의 어려움을 짐작케 했다. 독신인 그녀에게 지금도 어머니는 말없이 그녀를 지켜주는 가장 큰 후원자이다. 


또 그녀가 정상그룹의 패션디자이너로 클 수 있었던 밑거름은 스승을 잘 만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양차 포항에 내려와 있던 디자이너 이종석씨 에게 2년동안 사사를 받았고, 그의 뒤를 이어 몇 달간이나마 스물다섯의 나이에 대학(계명전문대)에서 강의를 하게 됐다. 그후부터 그녀는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고, 옷에 대한 철학을 만들어 갔다. 계명대 대학원에 들어가 미술을 다시 전공한 후, 여러대학을 거치며 지금까지 강의를 하고 있다. 현재 박씨는 영진전문대 의상디자인과 겸임교 수로 있다. 


"초창기 이외에는 비교적 순조롭게 일을 해온 편이에요. 돈은 생각 하 지 않고 하고 싶은 옷을 열심히 만들다보니 돈이 따라오더군요." 


박동준씨에게 옷 만드는 일은 사업이라기 보다는 예술에 더 가깝다. 그 녀는 열심히 옷을 만들어 패션쇼를 열고, 이를 통해 성취감과 카타르시스 를 얻는다. 

패션쇼가 끝난 후,내부가 텅 비어버린 것 같은 허탈감을 채우기 위해 그 녀는 외국으로 떠난다.감각의 고삐를 늦추면 안되는 일이 패션일이어서 해 외 패션계를 돌아보고 재충전을 하는 것이다.  

한때 그녀도 상업적인 옷을 만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까지 백화점 매장을 위해서 옷을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일을 해봤 다.덕분에 그녀는 돈재미를 봤지만 허무가 깊었다. 그래서 다시 돌아왔다. 


"저를 알아주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해야지요. 이제 미술 이나 무용 등 다른 장르의 예술과 접목하는 쇼를 계속 열 겁니다. 규모를 늘리기 보다는 깊이있는 경영을 하고 싶고, 무엇보다 공부가 가장 하고 싶 어요." 지적 욕구가 강한 박동준씨는 요즘 패션디자이너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 틈틈히 공부하는 짬을 내느라 항상 시간이 아깝다. 


<최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