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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인터뷰


Column & Interview

“이젠 사회를 아름답게 디자인” 패션계 은퇴 박동준

작성자
박동준기념사업회
작성일
2020-11-03 16:42
조회
1142
매일신문 2013-07-03

'소셜 디자이너' 새 출발



박동준 씨는 패션 디자이너로서 40년간 활동에 마침표를 찍고,
이제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소셜 디자이너가 되려고 한다.


3일 늦은 오후, 갤러리분도에서 작은 파티가 열린다. 파티의 테마는 '레디 포 (Ready for) 박동준'.

패션디자이너로서 40년 10개월을 활동한 박동준 씨가 디자이너 무대에서 은퇴하고, 새로운 '소셜 디자이너'로의 출발을 축하하는 자리다.

박동준은 40년간 100여 회에 가까운 무대에서 패션쇼를 펼치며 지역의 대표적인 디자이너로 활동해왔다. 그는 이제 화려하지만 고된 무대에서 내려와, 더 깊고 넓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한다.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는 박 씨의 표정은 기대감에 가득 차 있다.

"저는 행복한 패션 디자이너였어요. 이제는 좀 더 사회를 넓게 바라보는 소셜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갑작스럽게 은퇴 선언을 한 박 씨는 이제 한결 마음이 편해보였다. 그는 수년 전부터 건강 때문에 일을 줄여왔다. 지난 2월 은퇴를 하겠다고 밝히자, 오히려 의상 주문이 크게 늘어났다. 그동안 펼쳐온 박동준 패션에 대한 인기가 새삼 증명됐다.

그는 패션 디자이너 일을 그만두는 대신, 문화예술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계획이다. 9년간 건물 2층에서 운영하고 있는 갤러리 분도를 3층까지 확장하고, 독특한 콘셉트의 갤러리로 꾸밀 예정이다. 흰 벽만 있는 전시장이 아닌 생활공간으로 꾸며, 그림을 좀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것. 대구경북 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 이상화기념사업회 회장직에 더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은퇴 이후 삶에 대해 '소셜 디자이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 디자이너로서는 마침표를 찍지만 사실 할 일이 많아요. 아름다운가게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제3세계 운동 등에 더 관심을 두려고 해요. 또 환경을 생각하는 에코 디자인 등도 해보려 합니다. 디자이너로서 재능을 기부하면 환경 제품도 고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어요. 그동안 시간이 없어 하지 못했던 일이 많죠."

그는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네팔에서 온 한 소녀를 기억한다. 그 소녀를 치료해주고, 한 달간 돌보는 일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느낀 바가 컸다. 또 2009년 베트남 하노이의 한인학교 교복 디자인을 하며 큰 보람을 느꼈다. 이처럼 사회를 아름답게 디자인하기 위해 쏟아온 노력에 좀 더 집중하는 것이 은퇴 후 박동준의 계획이다.

한편, 40여 년간 활동하면서 모아온 각종 자료와 의상들은 새로 만들어질 섬유패션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그의 패션 디자인 역사는 고스란히 박물관에서 되살아날 것이다.

"내려놓으니 세상이 더 멋지게 보여요. 내가 해왔던 일과 나의 재능이 사회를 위해 훨씬 유용하게 쓰인다고 생각하면 즐거워요. 앞으로의 삶이 더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최세정기자 / 사진'성일권기자